지난봄, 기다리던 진해 군항제(진해 벚꽃축제)를 다녀왔습니다.
진해 군항제는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에 열리며,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축제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평소 벚꽃을 좋아해 전국의 여러 벚꽃 명소를 다녀봤지만, 진해의 벚꽃은 특히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여행 준비
진해 군항제는 인기가 많아 교통 혼잡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미리 교통편과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출발했는데, KTX를 이용해 창원중앙역까지 간 후 버스를 타고 진해로 이동했습니다. 진해 시내는 축제 기간 동안 차량 진입이 제한되기도 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했습니다. 숙소는 진해 인근의 창원에 잡았고, 하루 전에 도착해 여유롭게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주변 숙소는 빠르게 예약이 마감되기 때문에, 일정을 미리 확정하고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좌천 로망스 다리
진해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명소는 단연 여좌천 로망스 다리입니다. 드라마 "로망스"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곳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개울가와 그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벚꽃 터널을 걷는 기분이 정말 황홀했습니다. 야간에는 조명이 켜져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분홍빛 벚꽃과 형형색색의 불빛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고 있었고, 저도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담았습니다.
벚꽃 터널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서 벚꽃과 어우러진 다양한 포토존이 있어 사진 찍기에 좋았습니다. 또한, 길가에는 벚꽃 관련 기념품을 판매하는 부스도 있어 소소한 쇼핑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벚꽃을 배경으로 한 엽서나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들은 여행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기념품으로 제격이었습니다.
경화역 폐역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경화역 폐역이었습니다. 이미 운영이 중단된 기차역이지만, 봄이 되면 벚꽃이 선로를 따라 만개해 장관을 이룹니다. 기차가 지나가던 흔적과 벚꽃이 어우러져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방문객들이 많아 붐볐지만, 그만큼 활기가 넘쳤고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와 즐거운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오래된 철길과 벚꽃이 어우러져 독특한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철길 위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특별한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경화역 부근에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벚꽃을 테마로 한 소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진해 군항제의 하이라이트 - 군악의장대 공연
진해 군항제의 특별한 볼거리 중 하나는 군악의장대 공연입니다.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진해답게 해군 군악대의 멋진 연주와 절도 있는 의장대 시범을 볼 수 있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중원로터리 일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군악대의 웅장한 음악과 정교한 퍼포먼스는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해군 장병들이 보여준 칼군무는 인상적이었으며, 나라를 지키는 이들의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군악의장대 공연은 단순한 퍼레이드를 넘어, 해군의 전통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공연 전후로는 군사 장비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직접 해군 제복을 입어보는 체험이나 군함 모형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진해탑과 해양공원
벚꽃만큼 인상적이었던 곳은 진해탑과 해양공원이었습니다. 진해탑은 제황산 공원 내에 위치해 있는데, 정상에 오르면 진해 시내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특히 벚꽃 시즌에는 하얗게 물든 진해의 전경이 펼쳐져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해양공원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았고,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산책로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진해탑에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파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 수고를 잊게 만들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공원 내에는 다양한 조형물과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피곤할 때 잠시 쉬어가기에 좋았습니다. 해양공원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었고, 특히 노을 질 무렵의 풍경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진해 군항제는 단순히 벚꽃 구경을 넘어서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축제였습니다. 여좌천의 벚꽃 터널을 걷고, 경화역에서 낭만을 느끼며, 군악의장대 공연에서 감동을 받고, 해양공원에서 여유를 즐겼던 시간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벚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합니다. 내년에도 다시 찾고 싶은 진해 군항제, 그 아름다운 봄의 순간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